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행복의 기원

hahaha_z_sung 2025. 3. 28. 06:30

생일 날 형에게서 “지성아, 생일 축하한다. 필요한 거 있니? ”라고 묻는 문자에 “재밌게 읽었던 책이나 한 권 보내줘” 라고 답장을 보냈다. 그렇게 이튿날 형이 보내준 책을 받았다. 사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꽤 실망스러웠다. 행복의 기원이라니.. 뭐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“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” 와 같은 말들을 늘어놓을 줄 알았다. 그래도 형이 보내주었으니, 안 읽어 볼 순 없기에 읽게 되었다. 그런데 예상과 달리 굉장히 새롭고 재밌었다.

 

저자는 평생 행복에 대해 연구해온 심리학 교수인데, 인간이라는 생물은 왜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이것이 생존과 어떻게 관련이 되어 있는지 분석적으로 접근하였다. 인류 진화의 최우선 순위는 생존이고 이러한 생존을 가능케 한 것은 번식과 사회화이다. 사회화 측면에서 접근해보자면, 인간은 사람을 통해 가장 크게 행복과 불행을 느낀다고 한다. 우리가 이별했을 때 슬픔을 느끼는 것이나, 외로움을 느꼈을 때 심리적으로 고통스럽고 불안한 것은 이러한 감정들이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. 애인과의 이별은 번식 기회를 잃을 수 있고, 집단에서의 이탈은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. 이러한 고통은 뇌에서 이루어지는데, 이 감정적 통증을 겪으면 활성화 되는 영역인 전측 뇌섬엽은 물리적 통증을 겪으면 활성화 되는 영역과 동일하다. 그래서 한 예시로, 이별을 경험한 대상에게 타이레놀을 먹이면 그 통증이 줄어든다고 발표한 연구가 있다고 한다. 이런 식으로,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와 과정들에 대해 굉장히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하나의 연구 논문 같은 책이다.

 

최근 들어, 나는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, 왜 행복하다고 생각을 느끼는지 나도 잘 알지 못했다.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니, 나의 생존과 관련이 있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최근 나름 독서나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요리에도 취미를 붙였다. 이러한 행동들은 나의 외적인 조건을 강화하여 생존 가능성과 번식 기회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. 그래서 뇌는 “잘하고 있다”라는 보상으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었다. 써놓고 보니 여색을 밝히는 사람처럼 되었는데,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 대로 해석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.

아무튼 책을 읽고나서 느꼈던 결론은, 자기 관리 잘 하면서 남 눈치 덜 보고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주위 사람들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. 나의 행복을 위해서.

첫 인상과는 다르게 정말 재밌게 읽었었고, 행복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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